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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아공 백승렬 선교사 2020 선교편지 2020-12-22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2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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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ry Christmas! 아프리카에서 맞이하는 12번째의 크리스마스입니다. 매 해 선교지에서 한 명씩 제자를 양육했다면 주님과 같이 열 두명의 제자를 삼았을 시간들이 지나갑니다. 10여년의 선교를 돌아보며 많은 일보다, 아니 그 선교의 일들 속에 주님을 따르는 제자들을 양육하는데 더 힘써야 했음을 되새기며 새롭게 결단합니다. 

새로이 맞이하는 12번째의 아프리카 크리스마스는 같은 듯, 많이 달라졌습니다. 여전히 덥고, 큰 휴가(할리데이)로 인해 도시는 텅비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겨울에나 써야 할 마스크를 한 여름 뙤약볕에도 씁니다. 올 한해는 코로나로 인해 선교지의 삶도 바꾸어 버렸습니다. 여느 해 같으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교회 식구들을 모아 놓고 한 해를 돌아보며 근사한 식사를 같이하는 뱅큇(연회)이 열려야 했습니다. 그간 주의 일들을 위해 수고한 형제 자매들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상패도 전하고 서로 선물을 준비해서 나누어 주기도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겨우 주일예배에만 서로의 얼굴을 확인을 하며 안부를 묻습니다. 한국과 전혀 다르지 않는 일상이 여기 아프리카에서도 똑같이 흘러갑니다. 그리고 주일을 성수하며 또 기쁨으로 크리스마스, 주님의 오심을 기뻐하는 감사의 마음도 동일합니다.

몇일전 남아공의 일일확진자가 1만명을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 가정이 섬기는 교회 식구들 중에는 아직 아무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음을 감사합니다. 몇일 전 주일, 교인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사진을 찍었습니다. 몇 가정은 이미 전 주에 고향인 이스턴케이프(동쪽해안가)로 떠났지만 SNS로 함께 기뻐했습니다. 남아공은 도(강원도, 경기도)를 넘어가기 위해서는 코로나 테스트를 받아야만 합니다. 고향을 방문한 가정들은 모두 음성을 확인했고, 이번주에 함께 모인 교인들도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아픈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에 확진이 되면 한국과 달리 치료를 받을 수가 어렵(없)습니다. 전 주에 동료 선교사님께서 아들과 함께 코로나 양성으로 확진이 되고 심각한 수준까지 어려움을 당하셨지만 병실이 없어 몇일 간 함께 기도만 해야 했습니다. 남아공도 이러니 다른 아프리카는 더 심각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타운십에 확진자 증세를 가진 친구들이 많이 없는 것은, 제 생각이지만 열악한 환경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타운십 아이들은 거의 마스크를 쓰지 않습니다. 그렇게 삼삼오오 모여 지냅니다. 집안에 있을 곳이 없으니 밖에 모래 바람을 맞으며 놉니다. 그린빌리지교회도 나무로 지었지만 지붕과 건물사이에는 많은 공간이 있고 아래 바닥도 나무 틈사이로 1센티씩 간격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코로나에 잘 걸리지 않는 것이 세찬 바람을 피할 곳 없는 엉성한 집이고, 통풍이 너무 잘 되는 교회라서, 전혀 밀폐되지 않는 생활환경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코로나에도 함께 하시는 주님으로 인해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지금 일자리가 없어도 지금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으로 인해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지금 당장 먹을 것이 없어도 주님의 이름으로 함께 나눌 식구들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2020년, 아프리카의 12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며 ‘우분투’라는 남아공의 반투어 단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익히 남아공의 위대한 스승인 넬슨 만델라가 이렇게 우분투를 설명했습니다. 

“옛날에 우리가 어렸을 적에 여행자가 우리 마을에 들르곤 합니다. 여행자는 음식이나 물을 달라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들르기만 하면 사람들이 밥상에 음식을 차려주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분투의 한 측면이고, 다양한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우분투는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일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점은, 그렇게 하는 것이 여러분 주변의 공동체가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 그 일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고, 만일 여러분이 그런 일을 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고마워 할 아주 중요한 일을 한 것입니다” 

코로나로 근심이 가득한 2020 크리스마스에 주님의 오심을 기뻐하는 우리들 마음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우분투’, 혹은 한국의 ‘정’을 통해 이웃과 직장과 지역사회에 기쁨으로 전달되기를 기대하고 기도합니다. 

행복한 선교사 백승렬, 이현정, 단비, 하나, 아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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